패션에서 ‘다양성의 확대’라는 움직임이 여기저기서 눈에 띈다. 거대한 트렌드만을 추종하지 않고 남이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다양성의 확대가 성숙한 패션문화를 향한 한 걸음이 될 수 있을까?
2007년의 패션을 생각해보면 딱히 하나를 집어 현상이라 말할 성질의 것이 없었다. 오히려 ‘트렌드가 뭔지 모르겠다’는 것이 트렌드라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물론 언제나처럼 대중매체는 속사포처럼 트렌드를 쏟아냈지만, 그것에 혹하지 않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인터넷 속 다양한 정보에 대한 쉬운 접근은 불과 수년 전, 그것을 손에 쥔 대중매체가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던 시절과는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요즘은 수많은 패션 블로그, 홈페이지, 마이스페이스(myspace.com)와 스트리트 스냅 사이트를 통해 실시간으로 컬렉션 사진을 확인하고, 해외 동시대 사람들의 패션을 볼 수 있게 됐다. 사람들은 이미 남이 만든 트렌드를 넘어 ‘자신의 취향’을 반영한 옷을 입기 시작했고, 대중매체가 보여주는 것 이상으로 관심의 폭을 넓히고 있다. 수많은 인터넷 패션 커뮤니티는 다른 이들과 더 쉽게 대화하고 정보를 교류하게 만들었다. 홍대의 작은 클럽에서 스스로 컬렉션을 열거나 무대의상을 만드는 디자이너들도 종종 눈에 띈다. 이처럼 패션에 대한 다양한 접근방식이 자신을 표현하는 중요한 방법이 된 사람들이 늘고 있다.
|
.jpg) |
유니클로(UNIQLO)와 자라(Zara)처럼 대중 패션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브랜드들은 매섭게 세력을 확장하거나 들어올 채비를 꾸리고 있다. 2006년 국내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선보인 에르메스(Hermes)나 국내 백화점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세계적인 럭셔리 브랜드 루이뷔통(Louis Vuitton)이 버티는 고급 패션시장 또한 꾸준한 성장세를 탄다. 빅터 앤 롤프(Viktor & Rolf), 안 드뮐미스터(Ann Demeulemeester)처럼 전통적인 고급 시장이 아닌 곳에서 고객과 만나온 디자이너들 역시 국내 시장의 잠재성을 느끼고 국내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또한 2008년 상반기에는 미국의 거대한 백화점 체인이 진출할 것이라는 루머와 함께, 제일모직과 손을 잡은 이탈리아 편집매장 10 코르소 코모(10 corso como)가 들어올 예정이다. 10 코르소 코모는 옷을 파는 편집매장을 넘어 패션, 미술, 음악, 디자인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보여주는 복합공간이다. 이처럼 사람들의 다양해진 취향은 해외에서도 소수가 즐기는 패션 브랜드들의 국내 진출 증가로 나타났다. 우리도 모르게 다양성의 증가는 선택의 폭을 넓히고, 그것은 곧 문화와 시장의 성숙을 가져오는 기반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산업적인 접근 반대편에서, 자신의 옷을 만드는 개인 디자이너들도 꾸준히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론커스텀(Lone Costume)을 국내의 대표적인 남성복 브랜드로 만들고 2008년 봄/여름 파리 컬렉션에서 호의적인 데뷔 컬렉션을 치른 정욱준, 내년 2월 스포츠 브랜드 뉴발란스(New Balance)와 함께 자신의 이름을 건 레이블을 선보이는 송자인, 젊은 세대에게 큰 지지를 받으며 매번 인상적인 컬렉션을 선보이는 서상영 같은 디자이너들은 이제 노련한 선배의 반열에 오를 태세다. 이제 막 시작하는 20대와 30대 초반 디자이너들 또한 쉽지 않은 길로 들어서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신인 디자이너 양근영은 2007년 봄/여름 시즌부터 ‘Laundry 202’를 런칭해 홈페이지와 데일리 프로젝트 편집매장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그의 옷은 몇몇 블로거를 통해 해외로도 옮겨져, 독일 보그(Vogue)의 에디터나 호주의 편집매장 바이어부터 구입 의사를 타진 받기도 했다. 2007년 가을/겨울 시즌 자신의 브랜드를 론칭한 디자이너 김선욱의 요괴(YOKOE)와 임수정의 하투크라이온(Ha:RTOCRYON)은 지난 2008 봄/여름 서울 컬렉션 기간에 학여울역이 아닌 곳에서 프레젠테이션을 선보였다. 그들의 옷은 기존 서울 컬렉션에서 보던 옷과 분명히 다른 괴이한 유머와 이제 막 시작한 디자이너라 생각하기 힘든 정교한 기술이 있었다. 이러한 디자이너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각자의 영역과 젊은 국내 디자이너들에게 공간을 주는 ‘플로우(Flow)’와 ‘데일리 프로젝트(Daily Projects)’ 같은 편집매장에서 꾸준히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다.
|
.jpg) |
유명 연예인의 광고 기용에만 혈안이 된 것 같던 거대 의류 회사들도 점차 디자이너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서울 컬렉션에서는 본(BON), 엠비오(Mvio), 제스(Xess) 같은 내셔널 브랜드 남성복 디자이너들이 몇 시즌 째 쇼를 선보이고 있다. 강진영과 윤한희가 이끄는 ‘오브제’는 한국의 명품을 만든다는 모토 아래 SK네트웍스가 설립하는 뉴욕디자인센터의 대표와 감사로 활약하며 디자인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
패션 디자인 외의 영역에서는 새로운 파티문화와 기존 잡지들이 다루지 않던 영역을 넘보는 잡지들이 조금씩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렉트로니카 뮤직과 인디문화가 자연스레 어울리며 국내 어떤 파티보다도 독특한 차림의 젊은이들이 모이는 ‘도스에이도스(Dos A Dos)’ 같은 파티와 서울을 중심으로 국내외 신인 디자이너 인터뷰를 비중 있게 전하는 웹 매거진 나진(Nazine.com), 기존 패션지가 외면하던 스트리트 패션을 파고드는 맵스(MAPS), 서울의 길거리 패션 스냅을 담아 매달 발간하는 크래커(Cracker your wardrobe) 같은 잡지가 대표적이다.
이미 만들어진 흐름에 따르지 않는 사람들이 새로운 움직임을 만들어 주류와는 다른 공간에서 또 다른 무언가를 보여준다. 이러한 것들을 단순히 양적 팽창과 시장 확대의 관점에서만 설명하긴 벅차다.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과 신선한 움직임을 만드는 창조자들, 독립 디자이너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이 원하는 것 또한 다양해진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취향으로 인해 문화적 핍박(?)을 받은 경험이 있기에 비슷함 속에서 사회적 동질감을 찾는 사람들보다 오히려 남의 취향을 존중할 줄 안다. 남에게 취향을 강요하지 않고, 다양함을 존중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자신의 패션에 파고들고도 외롭지 않고, 남을 베끼지 않고도 좋은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독립 디자이너들의 활동 저변 또한 자연스레 넓어질 수 있음은 물론이다. 유독 남과 다른 것에 색안경을 끼던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 다양성에 대한 관대함이 생기고 있다는 것은 그 내용의 좋고 나쁨을 떠나 긍정적인 신호로 보인다. 2008년이 보여줄 다양성의 확대는 결과적으로 즐겁고 성숙한 패션으로의 한 걸음이 될 것이다.
|
.jpg)
출처: 디자인정글의 석우님 | |
정말 최근에는 남성복 디자이너들이 늘어나고
(이 어려운 시대에... 정말 존경합니다 ;ㅁ;)
스트릿패션이 대중화 되어감에 따라서
개인적인 패션센스를 높이 평가하게 되는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솔직히 일본을 다녀와 보니 우리나라와 비교를 하게 되더군요.
개인의 패션센스를 마음껏 뽐낼 수 있는 일본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유행, 코드가 맞지 않으면 완전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다보니....
뭐 하나가 유행을 타기 시작하면 그건 곧 국민패션이 되어버리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하죠.
ㅋㅋ